카테고리 없음

역사 속 기후변화의 경고 : 현대와 닮은 과거 재해 기록들

이모는 2025. 8. 10. 19:30

현대 사회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재난, 식량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결코 지금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사의 오래된 기록 속에서도 오늘날과 흡사한 기상이변과 재해 사례가 여럿 등장합니다. 고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한반도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 농업 위기, 사회 혼란, 인구 변동을 겪었고, 이는 왕조의 흥망성쇠와도 얽혀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역사 속 기록을 통해 현대와 겹쳐지는 기후변화와 재해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역사 속 기후변화의 경고 : 현대와 닮은 과거 재해 기록들 / 이미지 출처 : unsplash

 
 

1. 여름에 내린 눈과 얼음 – 사라지지 않는 이상 냉기

조선시대 16~18세기 기록에는 여름 한복판에도 눈이 내리거나 얼음이 얼었다는 믿기 힘든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 1606년(조선 선조 39년, 평안도)
    『조선왕조실록』에는 여름 한가운데, 하늘이 갑자기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천둥이 치더니 거대한 우박과 얼음이 쏟아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논밭은 물론 초가집 지붕이 뚫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수확을 앞둔 보리와 콩밭이 순식간에 망가져, 그 해 평안도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까지 계속 식량난이 이어졌습니다.
  • 1640년 8월(인조 18년, 충청도)
    무더운 여름인데도 눈이 산과 들을 덮었고, 시냇물이 꽝꽝 얼어붙었다고 합니다. 당시 백성들은 이를 ‘하늘의 징조’라 두려워했고, 학자들은 “기운이 뒤섞여 사계절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평을 남겼습니다.
  • 1686년(숙종 12년)
    초여름에 갑자기 찬 바람이 불고 우박과 눈이 섞여 내렸으며, 해안가에는 해일까지 들이닥쳤습니다. 이로 인해 바닷가 인근 마을 수십 채가 무너지고, 어획량이 급감했습니다.

당시 소빙기(Little Ice Age) 영향으로 여름철 한랭 현상이 자주 발생했는데, 이는 오늘날 국지적 한파와 비슷합니다. 최근에도 6~7월에 갑작스런 낮 기온 급강하와 냉해(冷害)가 발생해 농업 피해가 보고되는 점을 떠올리면, 과거와 현재가 얼마나 닮아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 가뭄과 흉작, 기근의 악순환

고려시대에는 몇 년씩 가뭄이 이어져 벼농사 기반이 타격을 입었고, 13세기 고종 시기에는 대기근이 발생해 수많은 백성이 굶주렸습니다. 몽골 침입으로 사회가 불안한 가운데, 몇 해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논이 마르고 강바닥이 갈라졌습니다. 물줄기가 끊기면서 방앗간이 멈춰 서고, 식량 저장고마저 비었습니다. 일부 농민들은 굶주림에 못 이겨 다른 고을로 떠나거나 심지어 중국으로 건너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소빙기 시기에도 이상 한랭과 가뭄이 겹치며 경신 대기근(1670~1671년)과 을병 대기근(1695~1696년)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수만 명이 아사했고, 정부는 구휼미를 풀고 세금을 감면했지만 피해를 완전히 막기 어려웠습니다.

  • 1670~1671년 경신 대기근
    소빙기의 한랭과 가뭄이 겹친 해였습니다. 겨울이 유난히 길었고, 봄에는 이례적인 서리가 내려 모내기도 어려웠습니다. 여름에도 계속 비가 오지 않아 전국적으로 곡식이 자라지 않았고, 역병까지 돌아 수십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조선 조정은 전국 창고를 열어 구휼미를 풀고 세금을 환급했지만, 피해를 다 막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 1695~1696년 을병 대기근
    연이은 이상기후로 수확량이 급격히 줄었고, 굶주린 백성들이 산과 들의 풀뿌리를 캐먹는 모습이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 가뭄과 폭염이 농작물 수확량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은 기후와 식량 안보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역사 속 기후변화의 경고 : 현대와 닮은 과거 재해 기록들 / 이미지 출처 : unsplash

 
 

3. 극한 날씨 – 돌풍, 우박, 해일

조선 후기에는 갑작스러운 돌풍과 강력한 우박 피해가 빈번했습니다.

  • 1606년 평안도 대형 우박
    개구리 알만 한 우박이 쏟아져 사람과 가축이 다치는 피해가 이어졌다고 전합니다. 당시 백성들은 이를 ‘천벌’이라 여겨 제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 1686년 우박·해일 동시 피해
    이미 여름 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해였는데, 바닷속 지진파(쓰나미 추정)가 밀려들어 해안 마을이 초토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복합재난은 현대에도 태풍과 해일, 폭우가 같은 시기에 겹쳐 피해를 키우는 패턴과 유사합니다.

현대 기상 레이더와 예보 기술이 발전했어도 피해 규모를 완벽히 줄이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4. 계절 파괴 – 예상치 못한 한파와 서리

신라 멸망기에는 음력 5월과 7월에 눈이 내렸다는 《삼국사기》 기록이 있습니다. 이는 한랭 건조한 기후가 사회 전반을 뒤흔든 사례입니다. 농작물의 생육 시기가 무너지고, 흉작으로 인한 기근과 전염병이 확산되었습니다. 현대에도 계절 구분이 무너지는 ‘기후 비정상화’ 현상이 빈번히 보고됩니다. 봄철 서리 피해로 과수 농가가 타격을 입는 사례는 과거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위기를 반영합니다.

  • 신라 말기(8~9세기)
    『삼국사기』에는 한여름인 음력 5월과 7월에 눈이 내렸다는 기록이 두 차례 등장합니다. 당시 왕조 말기 정치 혼란과 외척 세력 다툼이 있었는데, 기후 이상으로 인한 농업 피해와 기근이 사회 불안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 조선 후기 서리 피해
    봄철 서리가 과일꽃을 떨어뜨려 과수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피해가 빈번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과수농가가 4~5월 이상 저온 피해로 수억 원의 피해를 입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5. 기후변화와 사회 불안

기근과 재해는 항상 사회적 파장을 동반했습니다. 고려 말 공민왕 시기, 연속된 가뭄과 흉작으로 백성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세금 감면을 요구하는 봉기가 발생했습니다. 조선 후기에도 양반·지주 계층의 비축곡 독점으로 민중 불만이 커져 사회 갈등이 심화됐습니다. 이는 현대에도 식량 가격 폭등, 물 부족 사태가 사회 안정성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6. 역사가 주는 교훈 – 미래 기후위기 대응의 길잡이

과거 한반도의 기후재해 기록은 현대 우리가 직면한 문제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여름 눈, 혹독한 가뭄, 반복되는 우박과 해일, 예상 못한 서리까지 — 기후변화는 시대를 초월해 인류 생존을 위협해 왔습니다.
역사 속 재난은 예측과 대비의 부족이 피해를 키운 공통점을 지닙니다. 현대는 과거보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했지만, 기후변화의 불확실성과 변칙성은 여전히 우리의 방심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한국사 속 기후변화의 흔적은 단지 옛날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는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자, 앞으로 다가올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지침서입니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기후변화를 겪었고, 때로는 극복했으며, 때로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기록 속에는 우리가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2025.07.23 - [분류 전체보기] - 조선시대 ‘극악’했던 평균 수명과 유아 사망률, 그리고 그 원인

조선시대 ‘극악’했던 평균 수명과 유아 사망률, 그리고 그 원인

조선시대, 정말 모두 일찍 죽었을까?오늘날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어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길어졌습니다. 그러나 불과 100여 년 전, 조선시대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

nauiharu.com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