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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국제도시의 역사 : 부산 초량왜관 이야기

이모는 2025. 8. 6. 22:00

부산은 한반도 최남단에 자리 잡은 천혜의 항구도시로, 조선시대부터 일본과의 활발한 교류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 중심에는 ‘왜관(倭館)’이라는 특별구역이 있었다. 왜관은 400년 전 조선 정부가 일본 상인과 사절을 제도권 안으로 유도하고, 국가 지정 거래소를 통해 무역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설치한 외국인 거류지이자 외교·상업 복합공간이었다. 이 글에서는 왜관의 설치 배경부터 초량왜관의 성립과 운영, 일상과 무역, 그리고 그 유산 및 복원 논의까지를 짚어보겠다.
 
 

조선시대 국제도시의 역사 : 부산 초량왜관 이야기 / 초량왜관도 작자미상 : 출처 위키백과


 

왜관이란 무엇인가?

왜관(倭館)은 조선시대 일본인들이 거주하며 조선과 통상하던 특별 구역입니다. 현재로 치면 대사관과 상공회의소, 그리고 거류지가 합쳐진 복합적인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조선 정부의 철저한 통제 하에 운영되었으며, 일본과의 외교·무역·문화교류가 이루어지는 조선 유일의 국제교류 창구였습니다.
 

1. 왜관의 출발점: 해상 방어와 무역의 제도화

조선 초, 일본 해상세력인 왜구(倭寇)의 빈번한 약탈은 동해안 연안 주민들에게 큰 위협이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해안 방어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쓰시마 번(對馬藩) 및 일본 상인과의 거래를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태종 7년(1407년), 조선 정부는 부산포·염포(현재 울산)·내이포(현재 진해)에 왜관(倭館)을 설치하여 ‘삼포왜관’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왜구를 제도권 안으로 유도해 단속하고, 공식 무역 경로를 확보함으로써 지방 세력의 불법 거래를 억제하고 세수 기반을 확충했습니다.
 

2. 삼포왜관 시대의 종말: 임진왜란과 절영도 왜관

1547년(명종 2년) 이후 염포·내이포왜관은 폐쇄되어 부산포왜관만 운영되었으나, 임진왜란(1592년) 발발과 함께 왜관은 파괴·폐쇄되었습니다. 전란이 끝난 뒤 선조 34년(1601년), 국교 재개 교섭을 위해 영도 절영도에 임시왜관이 설치됩니다. 이곳은 강화도조약 이전까지 제한적이지만 중요한 외교·무역 거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3. 두모포 왜관: 안정적 교역의 기반

1607년(선조 40년) 강화도조약 이후 정식 왜관은 두모포(현 부산 동구 수정동)로 이전하여 개설되었습니다. 약 1만 평 규모의 두모포왜관은 1678년까지 72년간 운영되었는데, 이 시기 왜관의 무역과 외교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군사시설과 인접해 내부 사정이 복잡해지자 일본 측은 새 터를 요구하게 됩니다.
 

4. 초량왜관의 등장: 동아시아 최대 거류지

1678년(숙종 4년), 조선 정부는 일본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왜관을 현재 부산 중구 광복·동광·대청동 일대로 이전·확장합니다. 이른바 초량왜관은 약 10만 평(33만㎡)에 달해, 데지마를 능가하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외국인 거주지였습니다.

  • 동관(東館): 일본인 상주 거주지이자 무역·외교 공간.
    • 관수옥(왜관 최고 책임자의 관저)
    • 개시대청(정기 시장:무역 공간)
    • 재판가(행정·사법 업무:외교 교섭)
    • 동향사(불교 사찰) 등.
  • 서관(西館): 일본 사절단 전용 숙소, 현재 대각사 주변에 위치.
    • 동대청·중대청·서대청과 6개 행랑으로 구성되어 일회적 방문객과 상인을 수용했습니다.

 

5. 초량왜관에서의 교류와 일상

초량왜관 거주 일본인은 평상시 400~500명, 최대 1,000여 명까지 거주하며 조선인과 밀접히 교류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왜관 내 건축 양식이었습니다. 조선에서 지은 공공건물은 조선 건축양식을, 일본인이 거주하는 건물은 일본식으로 지어져 두 나라 건물이 혼재했습니다. 

  • 무역 방식:
    • 정기 개시무역(매월 3·8·13·18·23·28일)
    • 조시(매일 아침 열리는 시장)
    • 공무역·사무역·밀무역 병행.
  • 주요 품목:
    • 조선 수출: 쌀·콩·면포·인삼·우피
    • 일본 수입: 은·구리·주석·술·간장 등.

이들의 식생활은 일본식 조리도구와 조선식 도자기가 혼용되었고, 목욕탕 등 일본식 편의시설까지 갖추려는 요구가 실현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본인들은 목욕탕 설치를 강력히 요구했는데, 조선인 기술자들이 "목욕탕 같은 것은 지어본 적이 없다"고 거절하자 "목욕탕은 어떻게 해서라도 꼭 지어 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는 재미있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매일 동관 수문 앞 시장에는 조선 농민이 직접 경작한 채소와 생선을 팔러 나와 왜인들과 거래했습니다.
 

6. 왜관의 종말과 유산

고종 13년(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로 부산은 정식 개항장이 되었고, 초량왜관은 폐쇄되어 일본 전관거류지로 전환됩니다. 이후에도 부산은 국제 무역항으로 성장하여 오늘날 동북아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오늘날 초량왜관의 흔적은 지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대청동’은 연대청(연향대청)에서 유래했고, ‘고관’은 두모포왜관 터의 지명이며, 용두산공원에는 관수옥 터 돌계단과 표지석이 남아 있습니다. 부산박물관(약조제찰비 소장)과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는 왜관 관련 유물과 지도를 전시해 당시 역사를 전합니다.
 

7. 전 세계 왜관 복원 사례와 교훈

한국 내에는 왜관 건축을 복원한 사례가 없으나, 일본 나가사키 데지마에서는 1951년부터 170억 엔을 투입해 16채의 건물을 완전 복원했습니다. 이곳은 현재 박물관 형태로 운영되며, 17~19세기 네덜란드 상관의 생활상을 생생히 재현합니다. 한국에서는  국제신문이 주도한 ‘초량왜관 복원 프로젝트’가 2009년부터 추진되었으나, 예산·공간 문제로 전면 복원은 미실현되었습니다.
 
초량왜관은 단순한 상업 거점이 아니라 평화적 국제교류의 장이었습니다. 200여 년간 조선과 일본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수용하며 공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오늘날 부산이 세계를 향한 관문이 된 것도, 이처럼 다양성을 포용하고 교류를 중시해온 역사적 DNA 덕분일 것입니다. 용두산공원을 오르며 400년 전 초량왜관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여러분도 부산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부산근현대역사관 바로가기 : https://www.busan.go.kr/mmch/index

부산광역시 부산근현대역사관

부산광역시 부산근현대역사관 홈페이지입니다.

www.busan.go.kr

 
 
 

부산근현대역사관이란?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부산의 개항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를 한눈에 조명할 수 있는 대표적 역사 박물관입니다. 일제강점기 대표적 수탈기구였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건물을 포함해,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까지 원형을 살려 전시·교육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본관과 별관

  • 본관 :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대청로 112)
  • 별관 : 옛 동양척식주식회사·美문화원 (대청로 104)
  • 두 건물 모두 부산 원도심의 상징적인 근현대 건축물로, 지역사와 시대성을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전시 구성 및 주요 볼거리

  • 상설전시 : 개항기 부산, 일제 수탈과 경제도시 부산, 해방 이후 임시수도·산업화·민주화 역사를 생생히 소개합니다.
  • 특별전시 : 특정 주제나 기간별 행사와 연계된 특별 테마 전시(예: 광복 80주년 특별전, 3.1절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가 개최됩니다.
  •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 어린이 체험실 ‘들락날락’(사전 예약제), 역사 해설, 문화행사와 인문학 강연·공연, 시민 편의시설(기저귀 교환대, 수유실, 물품보관소, 휴게공간, 카페, 기념품 샵 등)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 별관(라키비움) : 근현대사 관련 도서, 자료 열람, 인문학 행사와 공연, 지역사회 기록·패널 전시, 원도심 문화복합공간 역할까지 겸합니다.

관람 정보 및 이용 안내 (2025년 8월 기준)

위치 본관: 부산 중구 대청로 112
별관: 대청로 104
운영시간 화~일 09:00~18:00 (입장 마감 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그 다음날 휴관)
관람료 무료
주차 인근 유료주차장 이용
교통 지하철 1호선 중앙역 5번 출구 도보 5분 내외
문의전화 051-607-8000 (본관)/051-607-8002 (별관)
편의시설 휠체어 및 유모차 무료 대여, 물품보관소, 수유실, 기념품샵, 카페 등
 

관람 및 방문 팁

  • 다양한 상설·특별전시와 더불어 현대적 복합공간(카페, 기념품샵 등)에서 여유 있게 관람 가능.
  •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 시 ‘들락날락’ 체험 공간(사전 예약 필요) 추천.
  • 부산의 대표 명소인 용두산공원, 자갈치시장 등과 연계해 부산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하루에 체험할 수 있습니다.
  • 휴대폰으로 QR코드 오디오 가이드 제공, 안내데스크에서 전시구역별 해설 및 자료 구비.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도시의 변화와 시민의 역동, 근현대사 속 다양한 이야기와 자료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개항, 일제강점, 대한민국 임시수도, 산업화와 민주화 등 굵직한 순간을 체험하며 부산의 뿌리와 미래까지 생각할 수 있는, 부산 방문객 누구에게나 꼭 추천할 만한 유익한 문화공간입니다.
 
 
 
** 부산박물관 바로가기 : https://museum.busan.go.kr/busan/index

부산광역시 부산박물관

부산광역시 부산박물관 홈페이지입니다.

museum.bus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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