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하늘의 이치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세종대왕 시대를 중심으로 우주에 대한 독자적인 관점과 첨단 과학기술이 어우러졌고, 그 결과 다양한 천문관측기기가 탄생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선인의 ‘우주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대표 천문기기 5가지를 소개합니다.
1. 혼천의(渾天儀) – 우주의 본질을 담다
혼천의는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천문 관측기기로, '우주가 둥글고 모든 천체가 규칙적으로 움직인다'는 동양 고유의 우주관을 형상화한 기기입니다. 혼천설(渾天說)을 기반으로 둥근 구 형식의 구조 안에 여러 개의 고리와 관측기구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 달, 행성, 별의 위치와 운동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 제작: 세종 15년(1433년), 장영실 등 과학자들이 조선 실정에 맞게 독자 개발
- 구조: 여러 개의 동심원 고리(지평환, 자오환, 적도환 등)와 관측관
- 기능: 천체의 위치·운동 관측, 역법 개선, 농업 등 다양한 국가 운영에 활용
- 특징: 천구를 기계적으로 모사하여 우주의 질서, 조화로운 세계관을 보여줌.
일화 : 혼천의를 제작한 세종 15년, 장영실과 그의 동료들은 왕의 명을 받아 구슬땀을 흘리며 기기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수많은 시험을 반복했습니다. 특히 천체의 운행이 사계절에 따라 변하는 점을 정확히 반영하려고 혼천의의 고리 각도를 계속 조정했는데, 어느 날 혼천의를 조작하던 장영실이 큰 실수로 기기의 한 부분을 부러뜨려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고가 오히려 기기의 내구성과 정밀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임금이 “실패를 두려워 말라”는 뜻으로 장영실을 격려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조선 과학자의 도전 정신을 상징합니다.
2. 간의(簡儀) – 정밀한 천체 관측의 혁명
간의는 혼천의를 보다 간소화하고 관측의 실용성을 극대화한 기기입니다. 특히 실제 하늘에서 해와 별, 행성 등 천체의 고도와 방위를 직접 측정하는 데 특화되었습니다. 혼천의가 우주의 구조 자체를 시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간의는 ‘관측’에 최적화된 정밀 도구였습니다.
- 제작: 세종 14년(1432년), 장영실, 이천 등 고안
- 구조: 두 개의 고리(자오환, 적도환)로 구성
- 기능: 천체의 실시간 위치, 각도, 고도, 방위 측정
- 특징: 조선만의 천문 관측 시스템 확립, 역법과 달력 제작에 필수적.
일화 : 조선 시대 간의의 관측 정확성 덕분에 15세기 중반 별자리 위치가 매우 정밀하게 기록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한 관측관이 별의 고도가 예상보다 크게 달라져서 처음에는 ‘천체 변동’이라며 놀랐으나, 알고 보니 그날 관측원이 측정 위치를 착각해 간의가 살짝 기울어진 상태에서 측정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관측 전 기기의 수평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절차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3. 앙부일구(仰釜日晷) – 백성을 위한 해시계
앙부일구는 ‘솥을 하늘로 올려놓았다’는 뜻의 해시계로, 조선의 시간 인식과 우주관을 대중적으로 구현한 기기입니다. 누구나 시간과 우주의 변화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경복궁 등 주요 도심, 지방 관아, 심지어 일반인 마당까지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 제작: 세종 시대(1434년), 장영실 등 제작
- 구조: 반구형 돌에 시간선을 새긴 구조
- 기능: 해 그림자를 통해 시간 측정 (계절별, 지역별로 오차 최소화)
- 특징: 공공재 역할, ‘누구나 시간을 읽는 하늘’이라는 조선의 세계관 반영.
일화 : 앙부일구는 경복궁뿐 아니라 지방 관아에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어느 해 지방 관리가 앙부일구로 시간을 재다가 해 그림자가 다른 해시계와 맞지 않는다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조사 결과, 그 지역의 해시계가 남향이 아닌 다른 방향을 보고 설치되어 있어 그림자가 왜곡된 것이었습니다. 이 일화는 단순한 과학기기인 해시계도 ‘설치 환경’에 따라 오차가 생길 수 있어, ‘과학도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교훈으로 전해집니다.
4.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 조선 하늘을 새기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 태조 때 돌에 새겨진 천문도로, 조선시대 하늘의 별자리와 분야(하늘을 12구역으로 나눈 지역 구분)가 새겨져 있습니다. 조선의 독자적 하늘 인식을 추상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유산입니다.
- 제작: 1395년, 조선 태조의 명에 따라 고구려의 별자리와 고려, 중국 천문 전통까지 종합하여 제작
- 구조: 거대한 돌판 위에 북두칠성 등 당시 1,467개 별자리 기록
- 기능: 조선에 맞는 하늘 체계 정립, 국가통치의 근간(길흉, 농사, 의례 등)
- 특징: 조선식 우주관의 시각적 암호와도 같음.
일화 :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고구려와 고려의 천문학을 집대성하며 만들어진 뒤, 어느 날 돌판의 별자리 위치 일부가 미세하게 잘못 새겨진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천문 관측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별의 위치가 변했다’는 소문이 퍼졌는데, 실제로는 석공들이 작업 중 작은 도안을 잘못 해석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이 해프닝 덕분에 조선 천문학자들은 직접 천체 관측 확인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5. 일성정시의(一星定時儀) – 밤과 낮을 모두 측정하다
일성정시의는 세종대에 개발된 ‘해시계+별시계’의 융합형 시계입니다. 낮에는 해, 밤에는 별(주로 북극성)의 위치로 시간을 측정해 24시간 체계를 완성했습니다.
- 제작: 세종 16년(1434년) 개발, ‘시화’(豕火) 등 별을 통해 시간 측정 가능
- 구조: 해시계와 별시계 기능 일체화
- 기능: 해와 별의 운행 관측, 시각 측정(24시간 체계)
- 특징: 약점(흐린 날, 밤)을 보완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한 시간 측정 가능.
일화 : 일성정시의는 주로 북극성을 기준으로 시간을 측정했는데, 어느 흐린 밤 관측자가 북극성 위치를 찾으려 애쓰다 결국 다른 별을 북극성으로 착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시간 측정이 잠시 어긋났지만, 이 사건은 ‘별을 구분하는 안목’을 키우려는 조선 천문학자의 교육 강화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후 별자리 구분법이 더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시킨 사례로 유명합니다.
조선의 천문기기, 우주관 그리고 현대적 가치
이처럼 조선의 천문기기들은 ‘우주는 조화롭고 질서정연하다’는 사상, 그리고 ‘백성 모두가 하늘의 이치를 쉽게 체험해야 한다’는 민주적 통치 이념을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왕과 백성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던 그 시대의 빛나는 유산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교훈과 감동을 줍니다.
조선의 천문기기는 단지 과학적 도구가 아니라, '하늘을 헤아리며, 백성을 생각한' 조선 특유의 우주관이 구현된 문화적 상징이었습니다. 이 다섯 가지 기기를 통해 우리는 조선이 왜 ‘천문 강국’이었는지, 그리고 과학과 복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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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 유물 > 소장유물정보 > 소장유물 검색 | 서울역사박물관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유물명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유물번호 서울역사002674 수량(점) 1 시대 한국(韓國) 조선(朝鮮) 크기 가로 : 101.9cm 세로 : 162.7cm 재질 지(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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