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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의 비밀 정원 : 창덕궁 후원 BEST 탐방 코스

이모는 2025. 8. 4. 19:20

“왕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후원(後苑)은 창덕궁의 핵심이자 UNESCO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정해진 인원만 사전 예약으로 관람이 허용되는 이곳은, 조선 시대 왕실이 자연과 교감하며 휴식과 의례를 치렀던 비밀공간입니다. 부용정, 연경당, 금천은 창덕궁 후원의 ‘왕실 비밀정원’이라 불릴 만큼 정교한 건축과 상징으로 가득합니다. 이들 공간에는 정조와 순조, 태종이 각기 남긴 일화와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 있으며, 동양의 자연관과 유교적 예법이 조화롭게 녹아 있습니다.
 
 
 

조선 왕실의 비밀 정원 : 창덕궁 후원 BEST 탐방 코스 / 돈화문 야경 : 출처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1. 부용정(芙蓉亭) –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연화 낙원

부용정은 1707년 숙종 때 ‘택수재(澤水齋)’로 처음 지은 뒤, 1793년 정조가 수리·개명하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사각 연못(부용지) 위에 둥근 섬을 띄운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동양 우주관이 구현된 조형미가 돋보인다.

  • 정조의 상량문과 건축 의도
    정조는 『홍재전서』에 남긴 상량문에서, 노후화된 택수재를 대신해 검소하면서도 자연과 어울리는 정자를 짓고자 했음을 밝히며, 연꽃을 ‘군자의 덕’에 비유하고, 『주역』 대장괘·가인괘로 건축 규모와 마루 배치를 정해 나라의 기상과 가정의 화목을 기원했다.
  • 신하들의 낚시와 시 詩 연회
    1795년(정조 19), 정조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환갑을 기념해 화성행차를 마친 뒤 부용지에서 신하 54명과 함께 꽃놀이·낚시를 즐겼다. 신하들은 연못 주위에 둘러앉아 낚시대를 던지고, 붉은색·초록색 옷으로 그룹을 나눠 경기하듯 낚시를 펼쳤다.
  • ‘시(詩)를 못 짓는 신하는 부용지 섬으로’ 일화
    정약용이 초대된 부용정 시연(詩宴)에서, 시를 짓지 못한 한 신하에게 정조가 “부용지 섬으로 가 거닐며 경치로라도 마음을 다스려라”고 말해, 섬에 머무르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2. 연경당(演慶堂) – 사대부 주택을 본뜬 왕의 사랑채

연경당은 1828년(순조 28), 효명세자의 진작례(進爵禮: 왕세자가 새로운 존호를 받는 의례)를 위해 건립되었고, 현재 109칸 반 규모로 조선 후기 왕실 건축과 사대부 주택의 절묘한 융합을 보여 준다.

  • 진작례 공간의 설계 철학
    ‘경사를 연다[演慶]’는 뜻처럼, 연경당은 사랑채·안채·행랑채·서재·정자·연못을 갖춘 완벽한 상류 주택이다. 궁궐 내 다른 건물과 달리 단청을 하지 않아 검소함을 택했고, 사랑채 동쪽 누마루와 마당 앞 선향재에는 중국·서양식 기법을 가미해 이질적이면서도 세련된 조화를 이뤘다.
  • 효명세자 진작례와 연회
    효명세자는 1828년 부친 순조의 존호 경축 연회로 연경당을 처음 사용했다. 고종 때 외국 사절 접견 및 연회 공간으로 확대되어, 정치·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었다.
  • 공간 구성과 내외법(內外法)
    사랑채와 안채 사이를 담으로 구분하되, 건물은 붙여 지어 내부에서 서로 드나들 수 있게 했다. 이는 유교적 성·내외 구분을 유지하면서도 가족의 화목과 편의를 동시에 고려한 설계다.

 
 

조선 왕실의 비밀 정원 : 창덕궁 후원 BEST 탐방 코스 / 애련정 전경 : 출처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3. 금천(禁川)과 금천교(錦川橋) – 경계 의식의 돌다리

금천은 창덕궁 북쪽 명당수에서 흐르는 하천으로, ‘속세의 잡귀를 금한다’는 뜻이다. 1411년(태종 11)에 세워진 금천교는 현존 궁궐 돌다리 중 가장 오래되며, 무지개형 홍예교 형태의 이중 홍예 구조로 건축되었다.

  • ‘잡귀를 떼어낸다’는 상징
    다리를 건너면 속세의 부정한 기운이 물에 씻겨 흘러가고, 그 아래 서수(水鬼)가 잡귀를 삼킨다고 믿었다. 금천교 난간에는 해태·현무·기괴한 도깨비 얼굴 등 상상의 수호신이 조각되어 있어, 방어적 상징미가 돋보인다.
  • 일제강점기 왜곡과 복원 논의
    <동궐도>에 나타난 원래 축선과 달리, 일제강점기에 다리가 옮겨졌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복원 논의에서 왕실 경관 복원을 위해 원위치 복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2012년 복원된 금천의 물길에서 왕실의 경계 의식을 체험할 수 있다.

 

4. 추천 탐방 코스 및 관람 팁

관람은 사전예약 필수로 인터넷 예약(50명), 현장 대기(50명) 후 문화재 해설사와 동행만 가능하다.

코스 소요 시간 경유지
여유 탐방 90분 후원입구→부용정→애련지→연경당→옥류천→금천교→금천
핵심 탐방 70분 부용정→연경당→금천교→금천
 
  • 입장 팁 : 봄·가을 성수기엔 20분 전 입장 하여야 사진 촬영에 유리
  • 복장 : 경사진 돌길과 언덕이 많으므로 편안한 운동화 권장
  • 계절별 매력 : 봄 연꽃·여름 녹음·가을 단풍·겨울 설경까지 사계절 만끽 가능

 

5. 자연과 예법이 빚은 왕실의 휴식처

부용정·연경당·금천은 단순한 정원·건축물이 아니다. 동양 우주관과 유교적 예법이 잉태된 ‘왕실 비밀정원’이며, 조선 왕실의 철학과 일상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이곳을 걸으며 왕의 시선으로 자연을 음미하고, 예술과 권위를 동시에 체험해보자.
 
 
 
 
** 창덕궁 안내페이지 바로가기 : https://royal.khs.go.kr/ROYAL/contents/menuInfo-cdg.do?grpCode=c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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