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술, 즉 전통주는 수천 년에 걸쳐 한국인의 삶과 문화 속 깊숙이 자리 잡아 왔습니다. 선사시대부터 시작된 술 문화는 고조선과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근대와 현대까지 시대별로 독특한 변화를 겪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술의 역사와 시대별 변화, 그리고 현대 전통주 산업의 새로운 흐름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술의 기원과 고대 시대의 양조문화
한국 전통주의 변천사는 우리 민족의 5천 년 역사와 함께한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고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전통주 역사는 단순한 음료의 발전사가 아닌, 우리 민족의 삶과 정서가 깊이 스며든 문화사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 술 역사는 고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진의 최표가 쓴 《고금주》에 수록된 〈공무도하가〉에서 고조선의 백발 광인이 술명을 쥐고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묘사되며, 이것이 우리나라 전통주 기원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여겨집니다.
선사시대 및 고조선 시대에는 자연 발효주 형태의 술이 주로 만들어졌습니다. 곡물이나 벌꿀, 젖에서 자연 발효를 통해 술이 탄생했으며, 이는 당시 한국인들의 제례 의식과 일상 생활에 처음으로 녹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뛰어난 술 제조 기술은 삼국시대로 넘어오면서 더욱 발전했습니다. 삼국시대에서는 탁주와 청주 같은 다양한 발효주가 정착되었으며, 특히 귀족과 왕실 중심으로 술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신라와 백제에서는 양주문화가 발달해 제례와 사교의 중요한 매개체로 기능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한국 술 문화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지 고구려전에는 '선장양(善藏釀)'이라는 구절이 있어 고구려가 발효제품 제조에 뛰어났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백제인 인번이 일본에 양조법을 전수했다는 기록이 일본의 《고사기》에 남아 있어, 우리나라 전통 양조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합니다.
신라의 술은 당나라에까지 명성이 알려져 중국의 유명한 시인 이상은이 '신라주'를 찬양하는 시를 남겼을 정도였습니다. 이 시기의 가장 대표적인 술은 막걸리였는데, 멥쌀, 찹쌀, 보리쌀 등 곡류로 빚기 때문에 삼국시대 이전 농경이 이루어진 시기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술 문화가 대중화되고 다양화되며 ‘주령구’와 같은 음주 예절과 술자리 게임도 등장해 술 문화가 더욱 다채로워졌습니다. 고려시대로 접어들면서 탁주, 약주, 그리고 외래 기술을 접목한 증류주인 소주가 정립되기 시작했습니다. ‘탁주’는 곡물과 누룩을 발효한 걸쭉한 술로 서민들이 즐겼고, ‘약주’는 궁중과 상류층이 즐기던 고급 청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증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소주’는 강한 도수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며 고려말부터 일반화되었습니다.
고려시대 : 술 문화의 다양화와 발전
고려시대는 우리나라 전통주 종류인 탁주, 약주, 소주의 기본형태가 완성된 시대였습니다. 《고려도경》에 따르면 "고려에는 찹쌀이 없기에 멥쌀로 술을 빚는다", "고려의 술은 맛이 독하여 쉽게 취하고 빨리 깬다"고 기록되어 있어 당시 고려시대 술의 특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다양한 한국 전통주가 존재했습니다. 상용약주로는 청주, 유하주, 방문주, 동동주, 녹파주가 있었고, 특수 고급약주로는 춘주, 천일주, 신라주가, 향양주로는 송주, 국화주, 두견주, 계향어주, 화주, 죽엽주, 포도주 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몽골을 통해 아랍의 증류 기술이 전해져 소주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소주가 유입된 시기는 대체로 고려 충렬왕 3년이며, 소주 음용시기는 충숙왕에서 충혜왕 사이로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조선시대 : 전통주의 전성기
조선시대는 한국 전통주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전성기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가양주 문화가 꽃피우며 수백여 가지의 술이 탄생했습니다. 집집마다 자기만의 독특한 술이 있었으며, 특히 양반 가문을 중심으로 수많은 명주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유교 사상과 제사 문화가 발달하면서 가양주는 가족과 공동체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집집마다 전해 내려오는 비법과 예절에 따라 술을 빚었으며, 이는 사회적 예의와 환대 문화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 또한 가양주는 농경 사회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농민들의 일상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조선시대 술의 고급화가 이루어진 특징은 재료의 변화에서도 나타납니다. 맵쌀 위주에서 찹쌀로 바뀌었고, 집 안에서 대대로 술을 빚는 기법들이 발달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조선은 민간에서의 술 제조가 허용되어 오히려 다양한 발달이 가능했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조선시대 명주로는 서울의 춘주, 평양의 벽향주, 김제의 청명주, 충남의 소곡주가 특히 유명했습니다. 또한 이화주, 동동주, 국화주, 이강주 등 다양한 특색 있는 술들이 만들어져 조선시대 후기에는 전통주 종류만 600여 가지에 달했습니다.
일제강점기 : 전통주의 암흑기
화려하던 우리나라 전통주 문화는 일제강점기 전통주 탄압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1907년 조선총독부가 주세령을 내리면서 국내 역사상 처음으로 술이 과세 대상이 되었고, 엄격한 주류관리 정책으로 가양주 제조망이 붕괴되었습니다. 술 제조를 면허제로 바꾸면서 개인이 술을 빚고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되면서 전통주 제조가 밀주 형태로 숨어들거나 단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집안과 지역마다 자리 잡고 있던 대표 양조장들을 대거 통폐합하고, 약주, 탁주, 소주 외에는 제조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조선 말 여섯 집에 한 집꼴로 술을 빚던 가양주 문화가 1930년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일제는 자국 청주(사케)와의 구분을 이유로 한국 술에 청주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으며, 사케를 부를 때만 청주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전통주 제조사들은 이 시기를 '전통주의 암흑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한국 전통주 문화는 큰 타격을 입었고, 해방 이후에도 회복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 시련과 부활의 역사
해방 후에도 전통주 쇠퇴는 계속되었습니다. 1965년에는 정부가 양곡보호 조치로 쌀로 술을 빚는 것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대신 밀가루 막걸리와 희석식 소주가 보급되었습니다.
1977년부터 1988년까지 이어진 규제완화는 전통주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쌀 사용 재허용과 일부 민속주 판매 허가가 이뤄지면서 산업의 품질 개선과 소규모 양조장 활성화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당시 시장은 희석식 소주와 대량 생산 라거가 지배적이어서 전통주의 대중화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전통주 부활은 1982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국가차원에서 민속주라 칭하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대비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주류의 필요성과 함께 전통문화의 계승·보전 차원에서 주류분야의 국가·지방 무형문화재 지정을 전통주 부활의 신호탄으로 하여 민속주, 지역특산주 등을 지정하며 개발·보급을 이끌었습니다.
1991년 6월에는 안동소주, 문배주, 이강주, 송순주와 과하주 등 5종을 시작으로 민속주의 판매구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했고, 1994년 12월에는 자가소비용 가양주 제조를 실질적으로 용인했습니다.
현대 전통주의 부활과 글로벌 진출
21세기 들어 한국 전통주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재브랜딩’과 MZ세대의 적극적인 소비 참여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통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문화 체험과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조사들은 가볍고 다양한 맛을 강조하는 신제품을 개발하며, 세련된 디자인과 친환경 포장을 통해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많은 전통주 업체들은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고 SNS 마케팅과 온라인 체험 이벤트, 팝업스토어 등은 전통주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을 높였고, 구독 서비스와 당일 배송 같은 혁신적인 유통 방식은 편리한 소비 환경을 만들어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홈술' 문화의 확산으로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2017년 6월에는 전통주에 한해 통신판매가 허용되어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호도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강남, 홍대, 이태원 등에서 20, 30대 젊은이들이 한국술을 즐기는 소비형태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누룩 : 한국 전통주의 핵심 기술
한국 전통주의 핵심은 누룩 역사입니다. 누룩은 술을 만드는 효소를 지닌 곰팡이를 곡류에 번식시켜 만든 발효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누룩 제조를 하고 이를 발효제로 하여 술을 빚었습니다.
조선시대 문헌인 《산가요록》(1449년경)에는 조국법(누룩 만드는 법)과 양국법(좋은 누룩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으며, 《음식디미방》과 《증보산림경제》에도 누룩 제조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당시 누룩 기술의 발전상을 보여줍니다.
대표 전통주의 역사와 특징
막걸리 역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주로, 삼국시대부터 양조되어 왔습니다. '막 걸렀다'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대중적인 술이었습니다.
동동주 역사는 고려시대부터 존재했던 술로, 고문헌에는 부의주(浮蟻酒)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쌀알이 동동 떠 있다고 해서 동동주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화주 역사는 배꽃이 피는 4월에 빚는다고 해서 이화주라 불리며, 고려시대부터 만들어진 특별한 탁주입니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술을 만들어 되직한 형태를 띠며, 왕가나 귀족층에서 주로 즐겼습니다.
또한 술 제례 관습의 지역별 차이는 지리적 환경, 농업 생산, 종교 신앙,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형성됐습니다. 쌀과 누룩의 지역별 특성, 토속 신앙과 유교 문화의 상이함이 술 제례 방식과 사용되는 술 종류를 다채롭게 만들었습니다.
결론 : 전통주의 미래 전망
한국 술 역사는 고조선부터 현재까지 5천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일제강점기 전통주 탄압과 근현대사의 시련을 겪으며 많은 전통주가 사라졌지만, 최근 들어 전통주 부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젊은 세대의 관심, 그리고 전통주 제조업체들의 현대적 감각을 더한 리브랜딩 노력이 결합되어 현대 전통주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K-문화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한국 전통주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됩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정성이 담긴 전통주가 현대적 감각과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전통주 변천사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소중한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한국의 술 역사는 단순한 주류소비를 넘어 시대와 문화, 지역사회가 어우러진 복합적 문화유산입니다. 선사시대 자연 발효주에서 시작된 전통은 삼국, 고려, 조선을 거치며 다채롭게 발전했고, 일제강점기의 위기를 극복한 후 현대에는 MZ세대와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전통주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산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주목받으며 세계에 알려질 것입니다.
** 재미로 찾아본 한국 전통주 대표 브랜드 5선
한국 전통주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대표 브랜드 5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장수 생막걸리 (서울탁주제조협회)
1962년 설립된 국내 탁주업계 최대, 최고의 탁주제조업체입니다. 장수 생막걸리는 서울 지역에서 29.1%의 선호도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산 백미만을 사용하여 사계절 변함없는 고품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PET 병입 막걸리의 선구자로서 막걸리 유통의 현대화를 이끌었습니다.
2. 배상면주가 (느린마을막걸리)
충북 포천에 위치한 배상면주가는 느린마을막걸리로 유명한 프리미엄 전통주 브랜드입니다. 100% 국내산 쌀과 물, 누룩으로만 빚어낸 무감미료 막걸리로, 일반 막걸리보다 약 3배 많은 쌀을 사용해 자연스러운 단맛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자랑합니다.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시간에 따른 '맛의 사계'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3. 국순당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주 기업 중 하나로 국순당 생막걸리가 주력 상품입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23.8%의 선호도로 1위를 차지하며, 광주·전라·제주 지역에서도 국순당 쌀막걸리로 18%의 선호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안정적인 품질과 유통망을 바탕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4. 안동소주 (박재서 안동소주)
명인 안동소주는 25대 가양주 전승자가 빚은 정통 안동소주입니다. 경상북도의 대표적인 증류식 소주로, 전통 제조 기법을 고수하며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전통주 판매 순위에서 5위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5. 맑은내일
1945년 정미소로 출발해 3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발효식품 전문 기업입니다. '2023 올해의 식품 브랜드파워 1위' 전통주 부문을 2년 연속 수상하며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았습니다. 대표 제품인 빛소주는 편의점 CU와 협업하여 선보인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로, 78년간 축적된 발효기술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고품질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는 각각 전통 제조 기법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더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한국 전통주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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